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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은 발 밑에 놓여있었던 편지 한 장

 

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을지도

짧은 산책을 하던 중 이었을지도

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

 

그런 당신의 발 밑에 어느새인가 편지가 한 장 놓여져 있었다

 

 

하얗지만 조금 낡은 듯 모서리에 드문드문 노란 빛을 띄고 있는 편지

이름도 없고 주소도 적혀있지 않은 봉투를 열자

 

『 즐거움을 찾는 귀하께, 호텔로 모시겠습니다. 』

 

-라며, 안쪽의 편지지에 적혀있는 정갈한 글씨체의 간결한 문구

 

 

편지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보자

 

익숙하면서도 전에는 보지 못했던, 분명 앞에 있음에도 부자연스러운 길이

푸르고 높게 솟아오른 나무가 우거진 숲 길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당신의 옆에 자리하고 있었지

 

이런 길이 여기에 있었던가- 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무언가에 홀린 듯 이미 길을 걷고 있었고

퍼득 정신을 차리고 둘러본 주위에는 외길로 된 도로 하나

너무 울창한 나머지 햇빛이 발을 디밀지도 못하여 그림자가 드리누운 숲

 

그 모든것 한가운데 이질적으로 자리 잡아 있는, 마치 새로 지은 것 처럼 흠이나 얼룩도 하나 없이 서있는 직사각형의 하얀 건물

건물 가까이로 가자 입구로 보이는 문 위의 로고는 호텔인걸까

 

숲 이외의 갈 곳도 없어 보이기에

호텔의 문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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